[제3호] 2006년 4월 15일 분쟁컬럼: 등 터지는 비정규직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06.04.27 | 조회수: 2951
[제3호] 2006년 4월 15일
발행인: 김태기 편집인: 이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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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컬럼] 등 터지는 비정규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지난 2월 27일 통과된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노동계와 재계가 모두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다음날인 28일 총파업에 돌입했고. 철도노조도 1일부터 ‘동반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계의 이러한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법에 따라 대처함으로서 노정간의 정면충돌이 격화되었다. 정치권은 노동법 개정이 헌법 개정보다 더 어렵다고 얘기한다. 실제로 1996년 말의 노동법 개정은 정권의 운명을 바꿀 정도로 충격이 컸다. 법안이 통과되자 노동계는 총파업에 들어갔고. 야당은 법안의 변칙적 통과를 이유로 노동계의 주장에 동조했다. 이 바람에 정부는 잉크도 마르지 않은 법안을 재개정해야 했다. 그 후유증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는 극도로 떨어지게 됐고. 반사이익을 본 야당은 97년 대선정국의 기선을 잡았으며. 결국 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 현실이나 노동계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비정규직 법안 통과가 제2의 노동법 개정 파동으로까지 확대될 것 같지는 않다. 심각한 경기침체나 노조 간부의 부패 등으로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다. 또한 제1야당인 한나라당이 비정규직 법안 통과에 동조함으로써 노동계가 정치적인 우군을 확보하기 어렵고. 노동계는 내부의 노선갈등 등으로 총파업을 할 수 있는 동력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비정규직 법안 통과 문제를 노동계의 반발 차원에서 봐서는 안 된다. 과연 이 법안이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 문제를 해소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할 것이다. 통과된 비정규직 법안을 보면 사용자는 계약직 및 파견직을 2년 동안 제약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정규직으로 고용하게 되어 있다. 또한 임금 이외의 다른 조건에서 비정규직에 대해 차별하는 경우 사용자는 처벌을 받게 돼 있다. 노동계는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사유를 법으로 제한하지 않으면 비정규직이 증가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반면 재계는 과도한 규제가 고용창출을 저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와 재계의 이러한 주장 모두 타당하다. 비정규직법으로 인해 비정규직이 오히려 증가하고 동시에 기업은 보다 복잡한 노사갈등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비정규직법이 모순에 봉착한 이유는 비정규직 문제를 감성적으로 접근해 처방을 부풀려서 내린 데서 찾을 수 있다.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배경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 있다. 노 대통령은 비정규직 문제를 성차별 문제와 동일선상에서 보고 차별금지 차원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접근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는 시장적 처방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문제는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돼 괜찮은 일자리가 줄고 반면 대기업노조에 속해 있는 정규직이 과보호상태에 있어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고 법만 앞세우면 비정규직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노동계는 근로자의 60% 정도가 비정규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중소기업의 비정규직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근로자가 선호하는 새로운 고용 형태도 소수이지만 포함돼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중소기업의 비정규직 문제는 고용 문제가 아니라 중소기업의 경쟁력 문제로 봐야 한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90%에 가까운 숫자가 중소기업에 종사하는데 중소기업은 지불능력이 떨어져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정규직의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비정규직에 비해 별로 나은 것이 없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고용 형태가 모두 비정규직으로 간주돼 억제된다면 일자리의 신규 창출을 가로막게 된다. 이러한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비정규직 정책은 본질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세계일보 컬럼 2006년 3월 1일 <김태기 / 단국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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