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한국이 승소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세계무역기구(WTO)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에 관한 협정(SPS)’ 분쟁에 있어 1심 격인 분쟁해결기구(DSB) 패널 판정에서 패소하고 상소기구인 2심에서 승소한 국가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아무도 좋은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지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 등 국익을 지키기 위해 일본이라는 ‘고래’와 싸운 정부 분쟁대응팀의 치밀한 2심 재판 준비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일본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이 당해 9월 후쿠시마 주변 8개현의 모든 수산물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자 2015년 5월 WTO에 제소하였다. 이후 한일 간 WTO 양자협의가 진행되었지만 협의가 불발되자 일본은 WTO에 분쟁해결을 위한 패널 설치를 요청하게 되었고, 한국의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WTO는 한일 수산물 분쟁 패널 설치를 결정하였다. 그리고 2016년 2월 분쟁해결 절차가 시작되었으며, 2018년 2월 1심패널(DSB)은 한국의 수입규제 조치가 SPS 협정에 불합치 된다며 일본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상소기구는 지난 4월 12일 1심 패널 판정의 주요 사항을 파기하면서 한국의 수입금지가 과도한 조치가 아니라고 판결하였던 것이다. WTO 상소기구의 판결에 따라 한국은 2013년 9월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인근 8개 현에서 잡힌 28개 어종의 수산물에 대해 내려진 수입금지 조처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 지역에서 잡힌 수산물 수입이 재개된다면 가뜩이나 수산물 시장에서 원산지를 속이는 것이 비일비재했던 만큼 여타 다른 국가나 지역에서 생산된 수산물에 더하여 국내산 수산물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은 크게 증가할 것이 뻔한 일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국가 간 분쟁에서 전략적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대응방안 없이 1심에서 패한 한국 정부는 2심에 임하면서 국내외 통상 전문변호사를 특채하여 재판이 열리는 현지에서 분쟁대응팀과 함께 만반의 대비를 하도록 하였다. 통상분쟁은 국가 간 분쟁이면서 매우 전문적인 영역이므로 순환보직으로 인해 전문성이 축적되지 않은 공무원들이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를 교훈삼아 통상, 외교, 국방, 환경, 자원 등 타국과 분쟁이 야기될 수 있거나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정부부처들은 분야별 민간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채용하여 대응능력을 향상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임재형 교수, dkujhlim@dankook.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