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형 교수(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한국 사회가 점점 극단적 이념 갈등의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다원주의적 민주주의 사회에서 갈등과 대립은 필연적인 사회적 현상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분출되고 있는 보수와 진보진영 간의 이념갈등은 그 정도가 사회발전을 위해 허용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사회통합을 가로막아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 발전을 저해하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와 극단적 사망, 이명박 대통령 구속,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와 파면 및 구속 등 일련의 정치적 사건으로 인해 고조되어 오던 이념갈등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구속 및 비상계엄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면서 정치권과 시민사회 내에서의 이념갈등을 더욱 극단적으로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더하여 일부 종교계도 이러한 이념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제는 한국 사회의 이념갈등이 정치권, 시민사회, 종교계는 물론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지역주의에 더하여 젠더갈등 및 세대갈등 등 다양한 갈등요인들과 맞물려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급기야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이에 따른 탄핵소추와 구속영장 집행, 탄핵 및 구속 과정 등의 정치적 격변을 지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강화되었다. 대표적으로 과거에는 발생하지 않았던 법원 난입과 시설물 파괴는 물론, 내란 재판 과정에서 일부 변호사는 판사에 대해 욕설 등 인신공격적 발언을 가하기도 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이념갈등과 대립으로 인하여 한국 사회는 ‘갈등의 이념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천안함 폭침 사건, 세월호 참사 사건, 검찰개혁 문제, 해병대원 사망 사건, 의대증원문제, 교육현장에서의 교권과 학생 인권 문제 등 정부정책, 재난사건, 교육문제, 법원 판결 등과 관련된 일반적인 사회갈등과 사법적 판단이 보수와 진보 간의 이념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일제 식민지배와 해방, 분단과 전쟁, 독재와 민주화, 성장과 분배 등 이념대립과 갈등을 발생시킬 수 있는 역사적, 사회적 원인들을 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국가로 국제사회의 칭송을 받아왔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극복과정에서 보여준 K-방역의 우수성과 시민들의 자발적 헌신은 지구촌의 모범으로 칭송받기도 했다. 이에 더하여 영화와 드라마(K-콘텐츠), 음악(K팝), 음식과 뷰티 및 패션(K-라이프스타일) 등 K-컬처는 이제 현지 문화와 결합하여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하는 등 문화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 사회가 극심한 이념갈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치권과 종교계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정치와 종교가 결합했을 때, 그 폐해로 인하여 어떠한 결과가 초래되었는지는 여러 역사적 사례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제 한국 사회의 모든 집단과 구성원들은 한 걸음씩 물러서서 각자 본연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포용하는 관용과 신뢰의 열린사회를 지향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이념갈등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고 다시 일어서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지름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