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가 한국인으로서 두 번째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국가적으로 기뻐할 일이다. 첫 번째 노벨상 주인공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그는 지난 2000년 “40여 년간 한국과 동아시아 전반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공로, 6.15 남북 공동선언 등 남북화해와 긴장완화에 기여한 공로” 등을 인정 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이번에 한강 작가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력한 시적 산문”을 이유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노벨문학상은 1901년부터 2024년까지 총 117차례 수여되었으며, 121명이 수상하였다. 그중에서 한강 작가는 여성 작가로서는 역대 18번째이자, 아시아에서는 최초의 수상자이다. 한편,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이 전해지자 BBC 코리아는 “K팝, K드라마에 이어 K문학이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남기면서 한국문학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그러면서 “영화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에 이은 한국 문화의 또 다른 엄청난 성공 스토리가 아닐까요”라고 한국 문화의 성장을 극찬하였다.
그런데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놓고 한국 사회는 또 다른 이념갈등이 유발되고 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뻐하고 한국 문학의 저력을 자랑스러워 하는 시민들이 있는가 하면, 일부 시민들은 이를 ‘제주 4.3’과 ‘5.18 광주’에 대한 역사 왜곡이며, 반국가세력에 대한 미화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어느 분은 “……(중략) 누군가는 노벨문학상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한다고 잔칫상을 엎지 마라고 호통을 치지만, 사실인 것을 사실 아닌 것처럼 부인하라고 강요해선 안 되는데, 왜냐하면, “……(중략) 노벨문학상이 미완의 역사를 왜곡하고 비튼 것도 모자라 박제까지 하도록 놔두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노벨상을 둘러싼 한국 사회에서의 대립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당시에도 나타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알려지자 국내 사회는 물론 국제 사회도 이를 매우 큰 의미로 받아들였는데, 특히 워싱턴 포스트는 ‘아시아 민주주의의 승리’로 다루면서, “김대중씨는 자유와 민주주의가 인종·지역·문화를 떠나 인류 보편의 가치이자 소망이라는 것을 입증했다”고 보도하기도 하였다. 반면, 2017년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가 밝힌바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보수단체를 통하여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취소를 위해 공작을 벌였음이 들어나기도 하였다. 이에 더하여 당시 보수 야당과 언론은 노벨평화상 수상을 반대했으며, 일부 인사들은 노르웨이에 반대 편지까지 보내기도 하였다. 이처럼 논란이 일자 노벨상 수상자 선정위원장 베르예는 “노벨상을 주지 말라는 로비가 있었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왜 우리 사회는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상반될 뿐만 아니라, 극단적으로는 노벨상 수상 반대 운동까지 발생하는 것일까? 이 모든 것은 한국 사회의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의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이념적으로 극단화되면서 모든 사회문제를 이념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일반적인 공공갈등이 이념갈등으로 비화되는 ‘공공갈등의 이념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환경갈등이나 계층갈등은 물론, 세월호참사나 이태원참사로 발생한 재난갈등이 이념갈등으로 전환되면서 갈등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갈등의 이념화는 우리 사회에 누적된 구조적 모순에 의한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상호 비방과 이념대립 및 반대를 위한 반대에 매몰되어 있는 정치권의 개혁과 비적대적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하며, 둘째, 서로 간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의 차이 속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점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신뢰와 관용,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고양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다원주의적 사회 속에서 합의제 민주주가 제대로 작동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상대방의 시각을 존중하고 동반자로서 협력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때 제3, 제4의 노벨상을 수상하는 한국의 저력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