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론조사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동안 여론조사 기관에서 전화를 받아보기도 하고, 그런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 해도, 여론조사 결과를 뉴스를 통해 종종 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어가면 어떨까? 여론조사 기관에서 어떻게 질문을 만드는지, 전화로 조사할 경우 언제 누구에게 전화하는건지, 사람이 전화할 때도 있고, 녹음된 목소리가 물어볼 때도 있는데 이게 어떻게 다른건지 등 자세한 내용까지 아는 경우는 드물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여론조사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모르는 것이 많은데, 들어본 적도 거의 없는 공론이라는 것은 더더욱 알기 힘들 것이다. 공론도 뭔가 조사를 하기도 하고, 토론도 하는 것 같기도 한데, 여론조사와는 어떻게 다르냐고 하면, 과연 우리나라에서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한 가지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것은 공론조사 등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은 그 과정이 상당히 정교하게 진행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과정을 통해 도출된 결과에 만족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중단 여부를 다뤘던 공론화부터 시작해서, 대학입시 방식을 다뤘던 공론화, 제주에 영리병원을 허가할 것인지에 대한 공론화와, 서울시교육청이 진행한 편안한 교복 공론화 등에 이르기까지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참여자들의 신뢰와 만족이다. 그들은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하며, 이런 과정에 참여한 것에 대해 뿌듯하다고 말한다. 공론화에 참여한 사람들은 그곳에서 무엇을 경험하는 것일까? 공론화의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다. 대규모의 인원이 참여하는 공론조사 방식도 있지만, 소규모만 참여하는 시민배심원제 방식도 있다. 과학적인 이슈를 종종 다루는 합의회의도 있고, 미래의 불확실성을 시나리오별로 정리해서 다루는 시나리오워크숍도 있다. 그뿐 아니라 추진 기관의 권한 등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공론화가 가능하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의 공론화가 있지만, 이 방식들의 공통점은 특정한 쟁점에 대해서 현재 알고 있는 것에 기반해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알아보고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 좋은 결론을 도출하는 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공론화 과정에서 사람들은 생각을 바꾸게 되고, 종종 그러한 생각의 변화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 공론화가 그냥 여론조사를 하는 것보다 분명 더 좋지만, 공론화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아무 때나 아무 문제나 가지고 할 수 없다. 공론화가 빛을 발할 때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들에 대해 그에 적합한 방식으로 공론화가 진행될 때이다. 공공갈등을 해소하거나, 우리 지역의 발전을 모색하는 문제 등은 이런 주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더 다양한 방식의 공론화가 나와서 다수의 시민들이 신뢰하고 만족하는 방향으로 사회의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참조: 제주일보(2019년 5월 16일) <전형준 조교수, samjeon2000@hanmail.ne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