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개학연기가 학교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2020년 3월) 21일 교육계에서는 개학이 5주나 미뤄지는 초유의 상황과 이에 대응하는 전례 없는 조처들이 뇌관이 돼 그간 잠복해있던 학생과 학부모, 교사, 교육공무직, 교육당국 등 교육계 구성원 내 불신과 불만을 ‘폭발’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당국이 중간고사를 수행평가(과정중심평가)로 대체하는 방안을 내놓자 학생들이 “교사의 평가를 믿지 못하겠다”며 반발한 일이 대표적이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와 닷새만인 20일 현재 2천 7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자는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하면 '평가의 객관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수행평가는 교사의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데다가 학생들이 점수를 (잘) 받고자 지속해서 (점수를 잘 달라고) 요청하기 때문에 객관성이 지필평가보다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반발이 심상치 않자 교육당국은 ‘중간고사를 쳐도 된다’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 12일 일선 학교에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하라고 권장했던 서울시교육청은 일주일 뒤인 19일 설명자료를 내고 “교육청의 권장에 따를지는 각 학교가 융통성 있게 결정하면 된다”고 밝혔다.
사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의 평가를 불신하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발표한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에서 학교생활기록부 분량을 줄이고 비교과영역은 대학입시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학생부에 기록된 교사의 평가를 믿지 못하겠으니 입시에서 영향력을 줄여달라는 여론을 반영한 것이었다.
마스크 때문에 교육당국이 현실을 모르고 정책을 추진한다는 교사들의 오랜 불만이 폭발하듯 한꺼번에 터져 나온 일도 있었다. 교육부와 서울·경기·인천교육청은 지난달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요청을 수용해 학교에 비축된 마스크를 공적판매에 사용하겠다며 각 학교에 마스크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당국이 현실을 모른다는 교사들의 불만은 추후 사실로 드러났다. 애초 정부는 수도권 초·중·고등학교에서 마스크 160만장을 걷으려 했으나 실제로는 71만장만 수거하는 데 그쳤다. 상당수 학교가 긴급돌봄에 나오는 학생에게 나눠줄 정도밖에 마스크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데다가 그나마 ‘비축분’이라고 볼 마스크들은 황사·미세먼지용 마스크거나 면 마스크였기 때문이다.
비록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서로간의 업무기능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갈등이지만 비상시국이 우리 기관 우리 업무에만 적용된다는 인식보다는 우리가 요청하는 대상기관, 대상기능에도 비상시국일 것이라는 점은 상호간에 인지하여 감정적 대응보다는 상호소통의 기회를 더욱 확대해야할 것이다. 이러한 비상시국일때가 더욱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할 기회일 것이다.
기사 출처: 세계일보(2020년 03월 21일)